새 정부의 큰 그림: 미래 사회를 위한 방향 설정과 기반 마련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대통령 선거철이다. 누구나 새 정부에게 지금보다는 나은 사회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가질 것이다. 새 정부에 대한 희망과 기대는 서로 다르지만,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난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방향 설정과 기반 마련이 무엇보다 필요해 보인다. 이미 늦은 감이 있고, 상당한 시간도 필요하겠지만, 지금부터라도 하지 않으면, 점점 더 요원해질 것이다.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이제는 해야 할 일들이다.
먼저, 큰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비전인데, 그것은 “인간과 환경의 상생”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두 가지가 모두 빠져있는 어설픈 사회였던 것 같다. 인간은 자본의 논리와 성장을 위해 희생당해 왔고, 존중받지 못했으며,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환경은 파괴되어 이제는 돌이키기 어려운 위기상황에 이르렀다. 그동안 역대 정부가 추구했던 방향 역시 두 가지 핵심 요소는 부수적 위치였으며, 산업과 성장, 자본이 우선순위였다. 그로 인해 우리 사회는 현재 각 분야에서 심각한 진통을 겪고 있다. 인간과 환경이 상생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노동과 일자리, 복지, 그리고 그것을 위한 정치・경제적 기반 마련과 환경・기후문제 대응을 통해 인간과 환경과의 공존을 넘어 상생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요 영역별 과제들을 정리해 본다.
이중노동시장 해소와 노동기본권 보장
첫 번째, 노동 분야다. 누구나 우리나라 이중노동시장 해소와 노동기본권 보장이 시급하다고 얘기할 것이다. 양극화된 노동시장 해소를 위해 대・중소기업간, 정규직・비정규직간 임금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적용을 위해 주요 업종의 임금 공시, 임금차별 금지(일정 수준 임금 보장), 임금체계 개편, 초기업별 교섭, 단체협약 효력 확장 등이 필수적이다. 또한 불법파견・도급용역에 대한 사용 제한이 필요하다. 아울러 노동기본권 보장과 확대가 필요한데, 노동조건이 더 열악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노동자성 인정과 근로기준법 적용 또는 (가칭)일하는 사람 보호법 제정을 통한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노동권 보장, 산업안전에 대한 예방적 조치 강화 등이 필요하다.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
두 번째, 일자리 분야다. 논란이 있지만, 현재 자본주의 발전단계로 보나, 4차 산업혁명의 흐름으로 볼 때나 일자리는 감소할 수밖에 없으며, 소수의 고숙련 일자리 외에는 저숙련 일자리일 확률이 높은 상황이다. 노동 문제와도 관련된 사항으로 대부분의 미래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주장하는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가 필수적이다. 다만, 노동시간 단축은 임금보전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중소기업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적극적 노동시장정책(Active Labor Market Policies; ALMP)의 강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사용자에게 일정금액을 지원하는 손쉬운 방식 중심이지만(소극적 노동시장 정책, PLMP), 교육훈련 분야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양성교육에만 치우치지 말고, 향상교육과 전환교육(이전직교육)을 강화하고, 이러한 과정을 공공고용서비스(Public Employment Service; PES)와 일원화하여 포괄적인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여 미스매칭을 줄이고,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봉사활동 등 제3섹터의 다양한 영역을 활성화하여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적절한 결합과 보편적 복지의 확대
세 번째, 복지 분야다. 기본적으로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적절하게 결합하면서 보편적 복지를 확대해 나가야 하며, 세대별 맞춤형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 청년층에게는 저비용으로 주택문제와 육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현재 60% 수준인 의료보험 수혜율을 70%, 80%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의료비 상한제 역시 강화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세대간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정부의 설득과 대안이 필요하며, 연금부담율과 소득대체율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와 보완이 필요하다. 고용보험 영역에서는 실업급여의 보장수준과 기간을 높이고, 교육훈련 시행과 일자리정보 제공 등 위에서 제시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 직업능력개발사업과 고용지원사업의 내용을 대폭 개편해야 한다.
이상 인간존중 실현을 위해 핵심적인 세 개 분야에서 추진해야 할 과제를 살펴보았는데, 이것을 보다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기반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정치제도의 개혁
첫 번째, 정치 분야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사회적 대화의 경험이나 성과가 극히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사람 탓만 해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대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중요하다. 실질적으로 양당제인 정치지형을 다당제 형태로 전환하여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해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거제도를 비례대표제로 전환하거나 대폭 늘려야 하고, 현재 시스템을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하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고, 조율해 나가야 한다. OECD 국가의 다수는 순수비례대표제 또는, 비례대표제를 중심으로 하는 선거제를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다양한 시민단체(NGO, NPO 등)를 활성화하고, 중앙과 지역의 거버넌스를 연결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세계적인 환경변화와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어느 한 주체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회 주체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대응해야 극복할 수 있다.
시장 만능주의의 극복
두 번째, 경제 분야다. 경제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신고전파경제학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대의 변화를 인식하고, ‘작은 정부’, ‘건전 재정’, ‘시장만능주의’에서 벗어나 효율과 효과,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장에만 맡겨둘 수 없고,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부분적인 금융정책이 필요하다. 이미 자본주의 역사를 통해 충분히 경험했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재벌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지배구조의 문제, 공정거래의 문제, 원・하청의 문제 등 우리나라만 겪고 있는 특수한 상황을 서서히 극복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조세제도의 개편을 통해 소득재분배가 가능하도록 하여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온전한 지방자치제도의 실행을 위해 지방정부에 대한 재정 지원 역시 늘려야 한다.
인간과 자연의 상생을 위한 에너지 정책
세 번째, 환경 분야다. 인간과의 상생을 위한 기후・환경 분야에서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점차 확대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계획 수립과 즉각적인 실행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2023년 기준으로 세계 9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며, 1인당 연간 배출량 역시 10.44톤으로, 세계 평균보다 143%가 높으며, 기후변화성과지수(CCPI) 2025에서는 63위로 평가대상국 중 최하위권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장위주의 정책에서 서서히 탈피해야 한다. 자본주의 역사를 보면 성장의 역사라고 할 수 있지만, 이제는 성장패러다임이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산업구조의 재편을 통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기존 산업을 친환경산업으로 대체하면서 성장패러다임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이상으로 간략하게나마 새 정부에서 추구해야 할 정책 비전과 방향, 주요 과제를 살펴보았다. 여기에 제시한 내용 외에도 수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과제들이 존재하지만, 그것을 모두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분야에서도 큰 그림의 비전에 따라 일관된 방향에서 목표와 과제들을 도출하고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글의 제목을 새 정부의 큰 그림이라고 했지만, 향후 상당한 기간 동안 모든 정부가 집중해야 할 과제들이다. 다만, 새 정부에서는 그동안의 경험과 시행착오 등을 바탕으로 더 늦기 전에 방향만이라도 잡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부족하지만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출처: 『e노동사회』 2025년 6월호 *이 글은 참여와혁신 2025년 6월4일자에 실린 글을 재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