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노동소득분배율 높여야 경제가 산다/강병구

연구소의창

[연구소의 창] 노동소득분배율 높여야 경제가 산다/강병구

구도희 18,928 2014.08.13 10:24
 
-강병구 인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bgkang@inha.ac.kr)
 
 지난 8월 6일 정부는 「201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였다. 특히 이번 세법개정안에서는 ‘가계소득 증대세제’라는 이름으로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 3대 패키지 세제를 신설했다. 전자의 2개가 당근이라면 후자는 일종의 채찍으로서 역할을 한다. 그동안 줄기차게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며, 법질서를 세운다)를 강조하던 최경환 부총리의 취임 이후 나온 세법개정안이라 당연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가계소득 증대세제’는 근로소득자와 서민·중산층의 가계소득 지원과는 한참 거리가 먼, 오히려 재벌 대기업의 자산형성과 고액자산가의 소득을 지원하는 세제임이 드러났다. 
 
 근로소득 증대세제는 직전 3년 평균 임금증가율을 초과하는 임금증가액의 10%(대기업 5%)를 기업소득 환류세제에서 감해 주는 것이다. 근로자의 임금인상을 유인하는 정책은 필요하지만, 과도하게 사내유보금을 쌓아두는 기업들에게 세제지원을 하는 것은 적자예산을 편성하는 정부로서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어차피 올려주어야 할지도 모르는 임금인상에 대해 정부가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것도 정당화하기 어렵다. 더욱이 임금증가분의 10%를 돌려준다고 해서 기업들이 일부러 임금을 인상할 것 같지도 않다.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고배당 주식의 배당소득 원천징수율을 기존의 14%에서 9%로 낮추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의 경우 25% 단일세율을 적용한다는 것이다.「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2년 배당소득자(47,828명) 중 99명을 제외한 대다수는 배당소득이 2천만 원 이상이다. 통상적인 배당수익률 1%를 적용할 경우 세제혜택의 대부분은 시가총액 20억 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고액자산가들에게 귀속된다. 따라서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근로자와 서민·중산층의 가계소득보다는 고액자산가의 주머니를 채우는 역할에 그칠 것이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임금증가, 투자, 배당 등이 당기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할 경우 10%의 단일세율로 과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금증가분과 달리 당기소득에서 투자와 배당을 총액 기준으로 빼주기 때문에 과세대상이 되는 기업들이 거의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투자 대상에 기업의 영업용 토지매입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으로 불가피하게 매각되는 공기업 자산을 헐값에 매입할 경우에도 세제지원을 받아 재벌 대기업들은 이중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사내유보금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쌓인다. 기업의 경영효율 개선, 낮은 임금수준과 고용주의 사회보장기여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 관행, 정부의 법인세 감세정책 등이 주요 원인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는 투자와 고용이 증가해서 경기회복에 기여할 것이라는 명분하에 법인세율을 인하했지만, 정작 기대했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세수입만 줄어들었다. 재계에서 주장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 기업들의 세부담은 크지 않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법인세수의 비중이 높은 것은 재벌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 낮은 노동소득분배율, 소득세 최고세율(38%)과 법인세 최고세율(22%)의 차이로 인한 법인의 선호 등으로 법인세 과세대상이 크기 때문이지 개별 기업의 세부담이 크기 때문은 아니다. 국제금융공사(IFC)와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이 부담하는 조세 및 사회보장기여금은 기업이윤의 27.9%로 OECD 회원국 중 6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노동소득분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경제성장률도 동반 하락하는 ‘소득주도형 성장체제’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소득주도형 성장체제’ 하에서 경제의 활성화와 거시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는 노동소득분배를 확대하면서 소득불평등을 완화하는 정책을 취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경환 경제팀이「2014년 세법개정안」에서 대표 상품으로 출시한 ‘가계소득 증대세제’는 노동소득분배를 증가시키지 못한 채 오히려 소득의 양극화를 확대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차라리 대기업에 집중된 비과세 감면혜택을 덜어내고, 증대된 세수입으로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이는 정책을 지원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정책과 복지정책, 교육정책 및 산업정책 등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구조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결합되고 정부의 조세재정정책을 통해 뒷받침되어야 한다. 최저임금을 현실화하고 최저임금법의 사각지대를 줄여야 하며,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여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관행을 시정하고, 장기적으로 부품소재산업의 육성을 통한 산업연관효과의 제고도 필요하다. 금융부문에 대한 적절한 규제조치 또한 노동소득분배율 제고와 무관하지 않다. 물론 이러한 조치들은 노조교섭력의 강화를 필요조건으로 한다.
 
2014년 세법개정안」에서 제시된 ‘가계소득 증대세제’는 근로자와 서민·중산층의 소득증대와는 거리가 멀다. 정부는 여전히 기존의 부채주도형·수출주도형 성장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용도 폐기된 낙수효과에 기대고 있다. 경기활성화 뿐만 아니라 성장잠재력의 확충을 위해서도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이는 성장 전략과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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