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차기 정부 노동정책의 '암흑기' 벗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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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차기 정부 노동정책의 '암흑기' 벗어나기

김종진 0 2,179 2022.03.26 00:16

* 이 글은 경향신문에 매월 1회 연재하는 <세상읽기> 칼럼(2022.3.25)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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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정부 노동정책의 '암흑기' 벗어나기

-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대선 결과의 상흔이 크다. ‘0.73%’ 차이는 극단적 정치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의 단면이다. 긴 호흡과 시간의 여유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것 같다. 향후 차기 정부의 밑그림을 가늠할 인수위원회와 공약 때문이다. 지켜봐야겠지만 노동개혁을 모토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 양산될 것 같다. 벌써부터 보수 학자들이 토론회를 주최하고, 경영계는 노동개혁을 주문하는 모양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노동정책의 암흑기가 연상된다. 인수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후보의 반노동적 인식도 영향을 끼칠 듯하다. 앞으로 노동자들의 삶에는 어떤 영향과 변화들이 초래될까.

 

풍경1. 노동자의 삶을 파괴하는 파편적 노동시간 정책. 건강과 과로사 문제로 1주일 연장근무 한도 규정의 조정과 폐지가 공약에 제시되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기간 확대나 52시간 장시간의 특례 업종 확대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특정 대상의 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 즉,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Collar Exemption) 도입 여부다. 이는 고액(?) 연봉의 사무관리·전문직을 대상으로 한 연장근무 수당 미지급 정책이다. 2008613일 고용노동부 근로기준 정책 브리프에도 소개된 바 있고, 보수정부 시기마다 경영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풍경2. 일터의 공동체와 존엄성이 상실된 임금 정책. 당선자의 발언 속에는 최저임금제 개편이 녹아 있다. 산입 범위 확대나 지역별·업종별 차등 적용이 예견된다. 당장 5월 취임식 이후 최저임금위원회 논의 시점을 앞두고 진행될 것 같다. 이들 모두 20151021일 최저임금제도개선위원회에서 경영계가 제시한 것이다. 당시 3년마다 최저임금 결정 방안도 제시된 바 있다. 물론 호봉제로 지칭되는 연공급 임금체계 개편은 과거 임금피크제처럼 공공기관부터 거침없이 진행되지 않을까. 공정한 임금을 명분으로 하나 경쟁 기반의 성과 중심과 하향 평준화가 목적이 아닐까.

 

풍경3. 뿌리 깊은 자본 중심의 부끄러운 노사관계 정책. 상생과 노사자율의 갈등 예방 그리고 법과 원칙을 지키는 공정한 노사관계 정착 추진을 표방한다. 그러나 불법행위 법의 엄정 적용과 같은 표현도 엿보인다. 특히 안철수 후보 공약에는 강성귀족 노조를 혁파하는 강력한 노동개혁 추진이 적시되어 있다. 과거 노사관계 선진화 사례로 소개된 정부 발표자료(2010·3·9)를 통해 향후 어떻게 추진될지가 짐작된다. 호봉테이블 폐지, 성과연봉 차등 확대, 성과부진자 퇴출제, 조합원 의사에 따른 노조 탈퇴 조항 신설, 불법파업 무관용 원칙 등.

 

우연일까. 지난 21일 윤석열 당선인과 경제 6단체 대표 간 대화에서 이미 확인 가능하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인 방해요소 제거”(당선인)노동개혁, 공권력 집행,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필요”(경총 회장)와 같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국회 입법 과정이 아닌 시행령이나 대통령령에 위임 사항을 바꾸어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로의 회귀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밀어붙이기식이 아닌 세련된 방식으로 추진할 것이 자명하다. 저성과자 해고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과정의 학습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해결되지 못한 중대재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시간 단축 정책의 퇴보는 자명하다. 5년이 아닌 10년이 될지도 모른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불안감도 든다. 그렇기에 노동과 시민사회, 학계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대안을 찾는 논의를 시작하면 어떨까. 이전과 다른 대안적 결사체 형성을 통해 다양한 정책 프로그램을 제시하면 좋겠다. 과거 보수정부 시기 지방정부의 실험적 정책을 떠올려 보면 된다. 노동이사, 생활임금, 감정노동, 유급병가, 성평등임금공시, 청년수당과 월세 지원 등 혁신적 모델은 그렇게 만들어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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