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서울의 청년, 공존과 변화를 만들다
김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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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0 03:31
* 이 글은 경향신문에 월 1회 연재하는 <세상읽기> 칼럼의 원고(2018.9.28)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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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서울의 청년, 공존과 변화를 만들다.
-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다른 차원을 여는 이야기>. 청년의 삶을 바꾸려는 서울시 청년의회 슬로건이다. 청년의회는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한 정책 제안의 공간이다. 올해로 벌써 4번째였다. 그동안 서울지역 청년들은 청년의회를 통해 활동공간이나 청년수당 그리고 주거와 일자리 정책 등을 제안했다.
2018년 청년의회에서는 어떤 정책들이 제시되는지 궁금했다. “여러분들은 버스 안의 휠체어를 본 적이 있나요?” “우리가 독립할 수 있는 집은 없다!” “안심을 넘어 평등으로” “진학하지 않아도 괜찮아” “인서울과 탈서울” 등과 같은 10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청년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과거의 주택 공급정책에 안타까움을 표현했고, 청년자치 공간을 마구마구 홍보해달라고 한다.
하나같이 현실적이고 필요한 정책이었다. 대부분 법제도를 고칠 필요가 없었다. 정책의지만으로도 충분히 실현 가능한 것들이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애인 저상버스 이용 문제는 공감을 이끌기 충분했다. 우리는 일반버스와 저상버스를 구분해서 탄 적이 있을까. 그러나 장애인에게는 중요한 이동권이다. 규칙적이지 않은 배차 시스템, 마지막 저상버스를 놓칠 경우 일반버스 접근 불가, 장애인 승차 의사표시(알림시스템) 등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체념하기 쉬운 내용들이다.
이러한 정책을 만들기 위해 13개 분과별로 4개월 동안 80여차례 회의를 했다고 한다. 무엇이 이러한 열정과 관심을 만들게 했을까. 한 청년에게 물어보니, “바로 자신들의 목소리가 사회에 많이 전달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안전한 공간’이라는 말에는 미안함이 들었다. 기성세대들에게 청년들의 주장은 ‘불평불만’의 목소리였고, 치기어린 애들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런데 청년의회와 같은 곳에서는 같은 고민을 하고 있고, 존중받고 있다는 경험이 그들에게 열정을 불러온 것이다.
혹자는 예전과 달리 우리 사회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이와 서열의 권위주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획일성은 서울의 2030청년들이 가치관 갈등으로 꼽은 세 가지다. 권위주의가 가치관 갈등의 1위(5점 만점 4.4점)라고 하니 마음이 씁쓸하다. 같은 청년이라도 여성과 남성은 가치관 충돌이 두 배 이상 차이가 있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청년들은 앞으로 인권, 다양성, 탈권위, 공정, 성평등, 신뢰, 안전, 환경들을 우리 사회가 핵심적 가치로 추구해야 할 의제로 꼽았다.
4년의 시간 동안 청년들은 서울시라는 지방정부 내에 ‘자치정부’라는 실행력을 갖춘 집행기구를 만들기까지 노력한 것 같다. 서울시는 청년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2019년부터 정책수립과 예산집행에 청년이 직접 참여하는 모델을 실현한다. 우선 시장 직속으로 청년청을 신설하고, 상설 거버넌스 조직으로 청년의회는 확대될 것 같다. 연 500억원 규모의 예산과 사업도 청년자율예산제를 통해 집행할 예정이다. 특히 서울시 각종 조례 위원회에 청년들이 15%까지 참여하도록 한 것은 세대 불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다.
그러나 청년들은 하나같이 행정조직의 느림을 지적한다. ‘나도 고발한다’(#MeToo)나 ‘디지털 성범죄’ 등 새로운 사회 이슈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제도와 규칙 때문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함도 토로한다. 국가기구나 행정의 ‘지체된 적응’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치정부 준비단은 앞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조응하는 의제와 사업을 위해 다양한 청년들을 만난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청년의 삶은 청년들이 가장 잘 알기에 의미 있는 정책들을 기대해본다.
2002년 독일에서는 전 세계 최연소 국회의원이 당선되었다. 당시 19세의 독일 녹색당 당원인 안나 뤼어만은 재선에 성공한 이후 한국에도 다녀간 적이 있다. 대학 강연에서의 발언은 아직도 인상적이다. 그대 변화의 꿈에 참여하라! 청년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이제 서울만이 아니라 경기, 광주, 대구, 부산, 제주 등에서도 다른 차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시점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9272051035&code=990100#csidx4a68ec4ea331cb28f7f65c3f10c2c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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