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숨겨진 노동, 간접고용의 그늘
김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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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5 12:58
* 이 글은 경향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세상읽기>(2019.1.18) 칼럼입니다.
[세상읽기] 숨겨진 노동, 간접고용의 그늘
-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보통의 직장인들이 하루 동안 만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얼마나 될까. 국가인권위원회는 우리나라 파견용역 비정규직이 346만명 정도 된다고 발표했다. 5명 중 1명은 간접고용 노동자라는 것이다. 아마 이 수치도 최소 규모로 봐야 한다. 통계에 포착되지 않는 간접고용은 더 많을 수 있다. 아침 출근길 아파트 집 앞에서 만나는 경비원은 파견 노동자다. 회사 건물 청소원도 용역 노동자다. 자주 가는 서점의 물류센터 직원도 하청 노동자다. 사무직이라고 해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병원에서 얼굴을 마주하는 수납창구 직원도 파견업체 소속이다. 그야말로 사회 전체가 거대한 비정규직의 바다와 같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실태는 충격적이다. 원청 근속기간 90.3개월, 고용업체 변경 횟수 2.4회,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월평균 급여차 90만원. 산재사고 사망률 7배. 간접고용 노동자의 고용불안과 차별 그리고 위험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차별은 어떨까.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은 법에나 있는 것이다. 동일 유사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 임금을 간접고용 노동자가 확인할 방법이 있을까. 비정규직이 차별을 입증하는 것은 녹록지 않다. 심지어 E대형마트는 자사 156개 매장 중 3개를 분리 독립 법인으로 설립하여 법망을 피해가기까지 한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10년 동안 비정규직의 차별 접수는 평균 100건 정도에 불과했다. 그나마 5분의 1 정도만이 시정되었다. 제도의 실효성이 낮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일터에서의 비가시적인 차별은 헤아릴 수 없다. 부산의 A공장은 회사 셔틀버스 이용 시 협력업체 직원들은 뒷좌석에만 앉도록 공지했다. 경기도 B공장에서는 구내식당과 샤워실은 정규직 다음에나 이용할 수 있다. 심지어 서울의 C통신회사에서는 빌딩 내 카페조차 협력업체 직원들은 이용하지 못한다. 출입증 자체가 해당 층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견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다.
도대체 정상인 곳이 하나도 없다. 간접고용 노동자로 일하는 순간 차별과 배제가 시작된다. 스웨덴이나 프랑스는 차별이 아닌 균등대우 원칙을 기본권으로 한다. 영국(임금격차 보고서), 독일(임금공개법), 아이슬란드(동일임금인증제) 모두 평등권에 기반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물론 대한민국 헌법 11조 1항에서도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고,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받지 아니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헌법적 권리조차 침해받고 있다.
사회적 논쟁은 항상 반복된다. 국가가 새로운 정책을 결정할 때는 더욱 그렇다. 지난 20년 사이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거래비용 감소와 유연한 고용을 선호하는 자본의 특성상 간접고용은 갈수록 증가할 것이다. 게다가 산업구조와 기술변화 과정에서 새로운 직업은 이전과 다른 비표준적인 고용계약을 맺고 있다. 앞으로 간접고용 비정규직 해법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은 계속될 것 같다. 이 때문에 노동시장에서 차별을 어떻게 줄여 나갈 것인지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 “누가 간접고용 비정규직이고, 몇 명인지, 어떤 차별을 받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300인 이상 대기업의 ‘고용형태 공시제’를 30인 이상 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 재벌 대기업의 무분별한 간접고용과 남용은 규제해야 한다. 특히 재벌 대기업이 문제다. 우리나라 10대 재벌 기업의 간접고용(29.3%)이 직접고용 비정규직(7.9%)보다 4배나 많다. 재벌 계열 거대기업일수록 사내하청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한편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임금 공시제’와 ‘동등-급여 프로그램 의무화’ 도입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누구나 일은 필요하다. 일자리를 갖는 것은 그 자체가 권리다. 그래서 일을 하는 사람은 법으로 보호받아야 하고, 일할 수 있는 권리와 일할 때의 권리가 모두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2019년 대한민국에서 간접고용 노동자의 권리는 보장받을 수 있을까. 기업들이 이야기하는 고용 유연성은 과연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까. 오히려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닌가.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강조할 때 불법파견이나 위장도급은 막을 수 있나. 이런 물음에 그들은 답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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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1172028035&code=990100#csidx85ee0b1f0947882855fbaff5ea4bd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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