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청년 불평등 ‘말할 권리를 넘어, 들려질 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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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청년 불평등 ‘말할 권리를 넘어, 들려질 권리’로

김종진 0 3,518 2020.01.28 10:58
* 이 글은 경향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세상읽기> 칼럼 원고 기사(2020.1.24)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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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청년 불평등 ‘말할 권리를 넘어, 들려질 권리’로
-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2020년 새해 국회에서 청년기본법이 통과되었다. 법안 발의 1319일 만의 결실이다. 법안이 통과되던 날 눈물이 날 것 같다는 청년도 있었다. 이런 날이 올까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안 통과까지 수많은 청년 활동가들이 노력을 했다. 그들의 헌신적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사실 청년기본법은 여야 간 이견이 없었던 비쟁점법안이었다. 그러나 보수야당의 발목 잡기에 법안 통과는 녹록지 않았다. 20대 국회 1호 법안을 청년기본법으로 발의하고도 청년의 삶을 외면하는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지금 총선을 앞두고 청년과 ‘동반자’가 되겠다고 한다. 보수야당과 정치인들의 이런 행태들에 더 화가 난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까지는 약 1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사이 돈 때문에 만남을 피하고 끼니를 거르는 청년들도 있다. 취업 준비에 필요한 학원비와 주거·생활비에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청년까지. 청년 내부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주위에 수많은 청년들이 학력, 지역, 젠더 등의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다. 다들 크게 모나지 않은 청년들인데 왜 이렇게 고통받아야 하는 걸까. 그간 청년들은 자신들이 겪는 문제를 ‘문제’라고 말하고 있는데 기성사회는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학교를 떠난 순간 취업을 하지 못한 자는 우리 사회에서 말할 권리마저 박탈당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심각한 문제는 소득불균형과 자산격차가 교육과 직업까지 대물림되는 현상이다. 우리 사회는 구조적 불평등이 임계점에 와 있고, 그 중심에 청년들이 놓여 있다. 월 200만원 미만 저소득 부모의 자녀 역시 저소득 확률이 절반 이상(56.4%)이고, 부모가 비정규직일 때 취업 자녀가 비정규직으로 고용될 확률은 3분의 1(37.1%)이나 된다.

청년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적어도 공정한 출발이 필요하다. 절차적 공정성에 분노하는 것만으로는 경쟁에 내몰린 청년들의 현실을 바꾸기 어렵다. 청년의 삶을 공감하고 이해해야, 청년정책도 변한다. 청년정책의 공백과 빈자리에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서울시가 2015년부터 시작한 청년수당은 다양한 정책적 효과를 확인시켜준다. 진로를 정하지 못한 청년 10명 중 7명 이상(76.6%)은 목표를 찾거나 구직에 나섰고,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심리적 안정감도 찾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서울시는 지난 19일 국내 최초로 ‘청년 불평등 완화를 위한 범사회적 대화기구’를 발족했다. 100여명의 다양한 시민들이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해 토론하고 대안을 만들 예정이다. 10대부터 60대까지 학생, 회사원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참여했다. 서울만이 아니라 지역의 청년들도 눈에 띈다. 앞으로 2년간 공정·격차 해소, 정치·사회 참여, 분배·소득 재구성 각 3개 분야 전문가, 활동가 그리고 자문단이 시민들과 함께 공론의 장을 꾸려갈 예정이다. 우리 사회에서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한 첫 시도다. “우리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청소년 활동가의 이야기가 귓가에 맴돈다. ‘납작한 공정성’이 아닌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기대인 것 같다.

“소득은 굶주린 배를 채우지만, 자산은 삶에 대한 생각을 변화시킨다”는 한 학자의 말은 정책이 어떻게 작동되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해준다. 청년 불평등 해결의 출발점은 목소리가 박탈된 청년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는 것이다. 사회가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고, 비로소 그들이 자신의 문제를 ‘문제’로 이야기할 수 있을 때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그동안 “분노해봤자 변하는 게 없다”는 청년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우리 사회는 더 많은 청년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이제 서울에서 시작한 청년들의 ‘들려질 권리’가 타 지역과 중앙정부에까지 이어지면 좋겠다.


[원문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123192404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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