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일과 삶에 개입하는 규제들이 질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개별 이슈와 부문별 정책들을 낱낱이 놓고 보면 짧게는 10년, 길게는 외환위기 직후인 20년까지 되돌아봐도 차별성이 없어 보이지만, 노동을 존중하고 사회적 약자를 포괄하는 대전략 아래에서 일련의 규제들을 조율·재배치·혁신하는 시스템 자체의 변화도 같이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청년노동자의 취업과 일자리 문제, 여성의 경제활동과 성평등, 자녀의 보육과 교육, 고령자 돌봄, 그리고 조기퇴직과 정년, 노후 빈곤과 적정생활 소득 등은 그동안 (다중적 의미의) 칸막이에 막혀 노동현안과 우연적인 접점으로 만났다. 그런데 이런 대상별 쪼개기 대응의 성과는 한계에 이르렀다. ‘욕구들 간의 갈등과 투쟁’이 개별 제도를 넘어 제도 틀 자체가 생애적 관점에서 그리고 돌봄 사회적 관점에서, 공유적이고 공정한 노동의 삶 속에서 풀려야 할 때이다.
이렇게 복잡한 환경과 현안들로 얽혀있는 세계를 직시하고, 문제를 분석하기란 쉽지 않으며,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더욱더 어려운 일이다. 이럴수록 전체와 부분을 통합적으로 보는 시스템적 사고가 필요하며, 상호연관성과 보완성을 바탕으로 현상을 냉철하게 보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국내·외 노동운동과 노동조합의 동향을 ‘매의 눈으로 지상을 바라보듯이’ 통찰하고 방향을 공유해보고자 새로운 출발을 하려고 한다.
창간호에는 시급하고 중대한 노동현안들을 선정하였다.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조합의 과제(김유선)와 한국지엠의 문제(정흥준)를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압축적인 호흡으로 정리해주었다. 또한 국제노동동향은 우리나라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동남아시아 노동조합 운동을 다루었다. 이번 호에는 말레이시아 노동조합 운동(윤효원)을 수록했다.
두 달에 한번 씩 여러분에게 “노사연브리프”가 찾아갈 것을 약속드리며 많은 비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 노광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