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연브리프 제2호_2018-02_국제노동동향] 프랑스 철도 파업, 마크롱 개혁의 사회적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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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연브리프 제2호_2018-02_국제노동동향] 프랑스 철도 파업, 마크롱 개혁의 사회적 시험대

글쓴이: 손영우(서울시립대학교 EU센터 연구원)

 

1. 2018년 봄, 예견된 사회적 대결 국면

 

이미 작년 여름부터 많은 프랑스인들이 2018년 봄은 더 뜨거울 것이라 내다봤다. 그것은 마크롱 대통령이 제시한 개혁 일정표에 예보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 이후 제시했던 프랑스 경제개혁은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됐는데, 하나는 기업이 시장의 변화에 더욱 민첩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교섭을 통한 유연성’을 증대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에 따라 국가 운영을 정비하는 것으로 조세체계 개편과 공공지출체계 정비가 그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축은 상호연관을 맺으며 순차적이고 단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첫 번째 축으로 먼저 진행됐던 것이 2017년 노동법 개정이었다면, 올해 봄부터 진행된 철도개혁은 두 번째 축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2018년 봄에는 학생단체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대학생 선발 자율권을 대학에 부여하는 개혁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그리하여 프랑스에서 가장 동원력 높은 사회단체라 할 수 있는 ‘공공부문 노조’와 ‘대학생 단체’가 동시에 거리로 쏟아져 나와 현 정부와 대립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는 2017년 노동법 개정 정국보다 더욱 실질적인 사회적 시험대이다. 2017년 노동법 개정이 현 정부 집권 직후 ‘정치적 허니문’ 기간에 유권자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진행된 것이라면, 이제는 정부의 개혁 추진세력과 이에 반대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시민 여론을 앞에 두고 자신들의 정당성을 더욱 넓게 획득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경쟁을 진행한다는 측면에서 실질적이라 할 수 있다.

 

 

2. 정부의 예비법안과 노조의 3개월 순환파업 간의 대립

 

지난 2018년 3월 정부가 ‘새로운 철도협약을 위한 예비법안(projet de loi pour un nouveau pacte ferroviaire)’을 제출하자 철도노동자와 노조는 반발했다. 정부 법안 내용은 철도개혁을 정부시행령(오르도낭스)을 통해 추진할 수 있도록 위임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다음 사항에 대해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에 부여한다.

 

· 프랑스철도국영기업(Société nationale des chemins de fer français, 이하 SNCF)의 법적 지위, 목적, 조직, 운영체계, 역사관리방식

· 유럽단일철도구역 설립을 위한 유럽국가 합의사항의 국내법 전환(철로망 및 국내철도시장 자유로운 진입, 철도 인프라 관리 체계 개혁)

· 철도여객운송에 관한 경쟁개방 방식 규정(개방시기, 사회협약 요소 등)

· 경쟁개방에 따른 다양한 조치(특정 범주 이용자에 대한 요금 책정)

· 철도협약에 따른 전문적 영역의 전환(육상교통사고 조사국의 독립성, 철도안전공공기관과 유럽연합철도사무소 간의 관할영역 재규정)

 

정부 법안 내용은 국회에 위임을 요구하는 사안과 범위만을 담고 있을 뿐 변화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방식의 개혁은 국회의 권한을 정부에 위임하여 정부의 자율성을 높이고, 개혁을 순차적으로 추진할 수 있어 개혁 이해관계자들의 저항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정부가 이를 통해 추진하고자 하는 개혁으로 밝혀진 주요 내용은 SNCF 국영기업을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철도노동자에게 제공하던 혜택(고용보장, 퇴직연금조기수령, 당사자와 가족에 대한 승차할인제도)을 신규 채용자에게는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법안 제출배경으로 정부는 지역 및 고속철도 사업의 시장개방과 SNCF 기업의 심각한 부채 상황을 꼽았다. 두 요소는 서로 연관되어 있다. 유럽연합 협약에 따라 2019년부터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철도여객사업 시장개방이 예정되어 있는데, 이를 앞두고 유럽연합은 SNCF의 높은 부채 상황을 해결할 것을 지적하고 있어 이에 대한 해결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그룹 SNCF는 3개 국영기업으로 이루어졌다. 철도여객물류운송을 담당하는 ‘SNCF 모빌리테’, 철로망 관리를 담당하는 ‘SNCF 레조’, 그리고 두 기업을 관리하는 ‘지주회사 SNCF’로 구성된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국영기업 SNCF를 시장개방에 따라 기업성격에 대해 주식회사로 전환할 뿐 주식의 100%를 정부가 소유하며 주식매각은 없다고 단언해왔다. 하지만 5월 정부와 SNCF 임원진 사이에서 지주회사 SNCF(holding)만 100% 정부가 소유하고 다른 SNCF 모빌리테나 SNCF 레조는 자회사화하여 주식을 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수정안을 논의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부와 SNCF 경영진에 대한 노조와 시민단체의 불신의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다시 SNCF 지주회사뿐만 아니라 모빌리테나 레조 모두 주식을 매각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정부에 따르면 SNCF의 부채규모는 544억 유로로 약 70조원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채규모가 철도노동자들의 혜택 축소와 직접적이거나 중대한 연관을 갖는다고 보긴 어렵다. 퇴직연금 조기수령은 퇴직연금기금에 관련된 것이어서 SNCF 부채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 철도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할인혜택 비용 역시 그 규모가 전체 부채 규모에 비해 턱없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한편, 거대한 규모의 부채는 1937년 SNCF 설립 때부터 진행된 전국적인 철도증설을 위한 거대 규모의 투자로 발생했던 것이고, 이 부분을 국가 재정으로 분담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노사정 모두 인정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강조하는 것은 부채를 국가가 부담하기 위해선 현재 기업 구조보다 더욱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2018년 2월에 제출된 스피네타 보고서, ‘철도운동의 미래(Avenir du transport ferroviaire)’에선, 시장개방을 앞두고 경쟁이 준비되고 조직되어야 하는데, 철도노동자의 지위가 문제가 된다고 지적한다. 다른 나라 경쟁사에 맞서 SNCF도 공정한 경쟁 상황에 위치하게끔 해야 하고 고용보호 정도 역시 새로운 경쟁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SNCF 종사자들의 고용계약을 일반노동자와 유사한 형태로 전환하고 제공되던 혜택을 줄이라고 제안한다.

이에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SNCF에는 노동총연맹(Confédération générale du travail, 이하 CGT), 전국자율노조연합(Union nationale des syndicats autonomes, 이하 UNSA), 프랑스민주노동연맹(Confédération française démocratique du travail, 이하 CFDT), 연대통합민주(solidaires, unitaires, démocratiques, 이하 SUD)에 가입한 4개의 대표 산별노조가 존재한다. 노조는 지난 4월 3일부터 5일 단위로 48시간만 파업을 진행하는 일종의 순환파업을 6월 28일까지 3개월간 전개하겠다고 예고했다. ‘3일 일하고 2일 파업하기’는 파업참가자들의 임금 손실을 줄이면서 파업을 지속하기 위한 방안이다.

무엇보다도, 노조는 SNCF의 부채 축소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이 왜 철도노동자의 혜택을 줄이는 것인가에 대해 문제제기한다. 부채에 대한 책임을 철도노동자에서 찾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한다. 철도노동자에게 제공되는 혜택은 채용시험, 30개월의 수습기간, 힘든 육체노동, 심야와 주말을 포함하는 불규칙한 노동시간, 전국에 걸친 일상적인 이동 등 높은 수준의 노동강도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노동자평균 수준으로 주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완하기 위한 임금 외 보상의 성격을 지닌다고 설명한다.

또한 시장개방에 따라 국영기업의 인력관리 변화가 모두 동일한 양상을 보인 것은 아니다. 가령, 이미 시장개방이 진행된 우편·통신 분야의 경우, 과거의 국영 우편통신기업이 프랑스 텔레콤(이후 오랑쥐)과 라포스트(La Poste)라는 국가 100% 소유 주식회사 형태로 분화되었으며, 고용은 1997년과 2001년에 각각 민간기업과 유사한 형태로 전환됐다. 반면에 프랑스 전력(Electricité de France, 이하 EDF)의 경우 2005년에 주식회사로 전환했지만 고용은 지속적으로 공무원과 유사한 신분을 보장받고 있다.

 

 

3. 정치권의 “민중의 물결” 제안, 전통적으로 갈라선 정당과 노조는 손잡을 것인가?

 

시위는 노조에 국한되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확대 중이다. 5월 17일 CGT 본부에선 50여개의 정당, 노조, 사회단체가 모여 “민중의 물결(marée populaire)” 시위를 계획했다. 이러한 연대의 움직임은 지난 4월부터 꿈틀됐다. 지난 2016년 노동법 개정 반대운동 당시 ‘뉘드부’라는 철야운동을 이끌어 2017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프랑소와 뤼팽은 집권 1년을 맞이하여 마크롱 대통령의 정책이 너무 경제자유주의적이라고 느끼는 모든 단체들이 결집하는 ‘마크롱 축제(Fête à Macron)’를 제안하여, 지난 5월 5일, 3만8천여 명이 파리의 오페라 광장부터 바스티유까지 행진을 벌인바 있다. 당시에는 ‘불굴의 프랑스(France insoumise, FI)’를 포함한 일부 정당에 참여했을 뿐, 노조의 조직적 참여가 없었다.

금융이동조세 및 시민행동협회(Association pour la taxation des transactions financières et pour l’action citoyenne, 이하 ATTAC)나 프랑스대학생연합(Union nationale des étudiants de France, 이하 UNEF)같은 사회단체는 물론, CGT, 연대노조연합(Solidaires), 통합노조연맹(Fédération syndicale unitaire, 이하 FSU)같은 노조 역시 참여를 밝혔다.

특히, CGT의 참여는 주목받았다. 그 이유는 지난 1990년대 이래로 정당(특히, 공산당)과의 관계를 멀리하고 노조의 자주성을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5월 5일 불굴의 프랑스를 이끄는 멜랑숑은 참여하지 않는 노조에 대해 ‘교조주의적 태도’라 비판하고 노조와 정당 간의 장벽허물기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CFDT와 노동자의 힘(Force ouvrière, FO)의 경우, 여전히 ‘정략적인 시위’라는 비판과 함께 거리를 두고 있다.

한편, 이번 시위의 주최자 중 한명인 Attac의 아닉 쿠페는 시위의 목적이 철도노조 투쟁에 대한 지지를 확인하고, 마크롱과 그 정부를 후퇴시키는 것이 목적이지, 마크롱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CGT의 중앙위원 카트린 페레 역시 마크롱의 몰락을 바라는 것은 아니라고 비판의 수위를 조정했다.

 

 

4. 연이어질 마크롱의 개혁, 여론의 향방이 개혁의 방향 결정

 

‘새로운 철도협약을 위한 법률’이 지난 4월 17일 하원을 통과하고, 오는 6월 5일 상원 투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철도개혁은 법률 도입이 변화의 끝이 아닌 시작이다. 왜냐하면 법률은 의회가 개혁 추진을 정부에게 위임할 뿐 그 내용은 차후에 정부 시행령으로 제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철도개혁의 문제는 단지 철도노동자의 혜택에 국한되지 않는다. 철도산업의 경영, 철도서비스와 공공서비스 개선, 시민의 이동권, 나아가 현 정부의 개혁노선과도 연관된다. 특히, 향후 부채규모를 줄이기 위한 방안, 철도 요금, 철도노선 정리, 철도서비스 개선에 관한 사항에 대한 논의는 법률 마련 이후에 본격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스피네타 보고서는 부채규모를 줄이기 위해 경쟁력 있는 노선을 중심으로 철도교통을 재편하고 지속가능한 재정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즉 도시주변 생활노선과 고속철도(TGV)을 중심으로 발전시키고 소규모 적자노선을 폐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어 노조와 이용자단체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편, 정부는 바칼로레아(대학입학시험) 시험을 통과하면 자신이 원하는 국립대학 학과에 진학할 수 있는 현행 제도를 대학에 학생선발권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개편하여, 입학생의 숫자를 관리함으로써 중간낙오자의 수를 줄이고 공공지출을 억제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학생단체는 이에 따라 학생들 간의 경쟁이 높아지고 학생들의 자율권이 축소되며 이는 등록금 인상을 가져와 중산층 자녀들에게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시위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생의 시위와 철도노동자의 시위가 조우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2018년 하반기에 정부는 공공지출체계 개편의 일환으로 사회보장, 건강보험, 가족수당 체계를 일원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일원화 과정에서 사회보장제도의 적용범위와 비용분담 내용을 둘러싼 갈등이 예상된다.

지난 3월부터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여론의 지지도는 41%에서 47% 사이를 유동했다. 공공부채에 대한 우려와 철도공공서비스의 악화라는 우려가 대립했다. 향후 개혁의 내용이 더욱 구체화되는 양상과 다른 개혁과의 진행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여론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렇게 결집되는 여론과 개혁 이해관계자들의 태도가 올 여름 프랑스의 사회적 온도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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