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UNISON의 이주노동자 조직화 사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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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돋보기] UNISON의 이주노동자 조직화 사례 2

윤자호 0 2,007 2022.11.07 09:00

[지구촌 돋보기] UNISON의 이주노동자 조직화 사례 2​1)



작성: 윤자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이 글에서는 영국 공공서비스노조인 UNISON의 폴란드 이주노동자 조직화 사례 중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주된 내용은 초기 사업인 이주노동자 참여 프로젝트(Migrants Workers Participation Project, 이하 MWP 프로젝트), 그리고 MWP 프로젝트의 후속 사업인 숨겨진 노동력 프로젝트(Hidden Workforce Project, 이하 HW 프로젝트)로 이루어진다. 1편에서는 초기 사업인 MWP 프로젝트를 소개했으며, 이번 2편에서는 후속 사업인 HW 프로젝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 HW 프로젝트 - 숨겨진 노동력 MWP 프로젝트 이전

HW 프로젝트는 2010년~2011년 사이에 이루어졌으며, MWP 프로젝트처럼 노동장 정부의 노조 현대화 기금(Union Modernization Fund, UMF)을 통해 공동 자금을 조달했다. MWP 프로젝트 담당자는 HW 프로젝트 팀으로 이동했으며, 2008년부터 2009년 사이에 다른 Unison UMF 프로젝트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교육 담당자도 팀에 포함됐다. 이 프로젝트는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하청 노동자를 비롯한 취약 노동자와 불안정 노동자에 초점을 둔다. 이는 UNISON 등 영국 노동조합의 관심이 이주노동자에서 불안정노동자로 옮겨갔음을 방증한다. 출신국보다는 직업의 불안정성이 이주민의 노동조합 가입에 있어서 더 높은 장벽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전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HW 프로젝트는 취약 노동자와 불안정 노동자를 위한 교육 과정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교육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교육에 참여한 노동자들이 지부 간부나 직장 대표자 역할을 신청하도록 장려되었다. 이 사업은 아웃소싱 인력이 많은 8개 지부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2개 지부를 제외한 6개 지부 노동자들 중 대부분은 이민자 혹은 소수 민족 출신이었다. 이를테면 바즐던(Basildon) 병원 세탁소 노동자들은 대부분 슬로바키아인이었고, 민간 하청업자에게 고용된 노동자들은 주로 흑인 노동자 또는 폴란드계 노동자들이었다. 


HW 프로젝트는 아웃소싱 노동자 조직화를 노조의 핵심적인 우선순위 목표로 두도록 하는 다수의 권고안들을 작성했다. 이 권고안들은 UNISON 내에서 취약·불안정노동자의 노동조건과 대표성 제고를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고 평가된다. 



□ 2011년 폴란드 활동가 네트워크 구축 – 이주민 대표성 제고를 위한 

HW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2011년 UNISON은 필리핀과 폴란드 활동가들의 비공식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 프로젝트는 필리핀과 폴란드 노동자들이 아닌, MWP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간부들에 의해 시작됐다. 필리핀어, 폴란드어를 사용하는 간부들의 참여 하에, 새로운 활동가 멘토링·정례회의·페이스북 페이지 마련 같은 의사소통 채널을 지원함으로써 이주 배경을 지닌 활동가들이 노조에 깊숙하게 참여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비공식적 네트워크였고, 주로 토요일에 회의가 열렸으나 회의 참여 비용과 시설 사용비 등이 지원됐다. 폴란드 네트워크의 경우 담당 간부의 퇴사 등 부침이 있었지만, 필리핀 네트워크는 UNISON 상근 간부에 의해 지속적으로 유지되었다. 2016년 8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폴란드 네트워크는 ‘UNISON EU 회원국 네트워크’로 변경되었다. 



□ 이주민의 노조 참여의 장벽들 – 언어

언어와 문화 장벽은 MWP 프로젝트와 HP 프로젝트 모두에서 발견된 것이었다. 영어가 모어인 간부들은 때때로 이주민들의 서툰 언어 사용을 두고 ‘바보같이 보인다’고 느꼈다. 이러한 인식은 이주민에 대한 선주민 간부들의 ‘거들먹거리는’ 태도로 이어졌을 수 있다. 여기에 대한 균형을 맞추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는데, 이를테면 상대방을 배려해서 일부러 쉬운 말을 사용하는 것도 때로는 거들먹거리는 태도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 중 다수가 영어로만 제공됐다. 


폴란드 시민으로서의 나는 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만, 영국에서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언어 문제는 정말 큰 장벽이었어요. 나는 정확히 내 또래의 영국인과 앉아서 우리가 어렸을 때 보곤 했던 만화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요. 왜냐하면 우리의 성장 과정이 달랐기 때문이죠. 그런 사소한 일들은 늘, 언제나 있어요. (Zofia, UNISON 조합원)  


또한, 이주민-선주민 양자 모두 타문화와 서로를 이해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폴란드어를 구사하는 UNISON 조합원들은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서 폴란드어를 사용하는 간부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 이주민의 노조 참여의 장벽들 – 투박한 범주와 부족한 데이터

폴란드 출신 이주민에 대한 데이터 부족과 이주노동자에 대한 부정확한 정의 역시 조직화의 장벽 중 하나였다. UNISON의 회원 가입 양식은 신청자의 민족적 배경을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방글라데시, 중국, 인도, 파키스탄, 동양계 영국인, 아시아 기타, 아프리카계 흑인, 계 흑인 아시아 영국, 아시아 기타, 아프리카계 흑인, 카리브계 흑인, 흑인 영국인, 흑인 기태, 백인 영국인, 아이리시, 백인 기타  


이러한 범주 중 일부는 특정 국적을 가리키는데, 어떤 범주는(예: 중국, 인도 또는 파키스탄)과 관련이 있는 반면, 다른 범주는 카리브해 또는 아시아와 같은 지리적 지역을 가리키며, 또 어떤 범주는 피부색에 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서 온 아랍계 이민자들을 위한 범주가 없다. 이러한 범주는 ‘결핍된’ 데이터 축적으로 이어지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는 데 큰 장벽이 된다. 



□ 이주민의 노조 참여의 장벽들 – 한정된 자원과 우선순위 경쟁 

‘어떤 것을 우선순위로 할 것인가?’ 역시 큰 난제였다. MWP 프로젝트와 HW 프로젝트 모두 노조의 다른 프로젝트 중 하나였고, 노조는 너무 많은 목표를 가지고 있었으며,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다른 사업과의 ‘우선순위 경쟁’은 담당 간부의 관심사나 동기에 따라 매우 일관성 없는 실행으로 귀결됐다. 노조 내 이주민 증가가 노조 자원에 있어서 부담이 될 것이라는 믿음 역시 사업 시행과 자원 분배의 어려움 중 하나로 작용됐다.


1 이 글은 다음 논문 중 일부를 번역‧요약한 것으로, 9월에 이어 UNISON의 이주노동자 조직화 사례를 소개함.
Rogalewski, Adam. 2019. Organising Polish workers: A comparative case study of British (Unison) and Swiss (Unia) trade union strategies. Ph.D. diss., London Metropolitan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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